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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케이팝·가상화폐' 급부상…국내 500대 기업 지각변동

500대 기업 역대 첫 하한선 '조 단위'…52곳, 매출 1조 넘어도 500대 기업 못 들어
코로나 충격 벗어나 올해 지정 500대 기업 총매출 3300조 육박…전년보다 13.8% 증가
가상화폐 거래소 두나무, BTS 소속사 하이브 등 새로 포함…산업구조 지각변동
CEO스코어, 지난해 실적 공시 기업 대상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선정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지난 2021년 국내 '500대 기업' 진입을 위한 연 매출 기준 하한선이 1조1000억원에 근접했다. 500대 기업 진입 매출 기준이 연 1조원을 넘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넘기고도 국내 500대 기업 순위에 들지 못한 기업이 50곳이 넘었다.

 

이에 올해 지정 500대 기업의 총 매출은 3300조원에 육박했다. 전년보다 14% 가량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전기차·데이터센터·로봇 등 첨단산업의 반도체 기업들이 선전한 가운데 배터리·케이팝(K-POP)·가상화폐 관련 기업의 순위 상승과 신규 진입이 두드러졌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년보다 299계단이나 상승한 44위를 기록했고, 국내 최대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500대 기업에 새로 포함됐다. 케이팝(K-POP)·가상화폐 관련 기업이 500대 기업에 포함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충격에 빠졌던 석유화학 업체 등의 매출이 회복세를 보이는 동시에 국내 산업의 구조적 변화 모습까지 엿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4일 CEO스코어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금융통계정보시스템·공공기관.지방공공기관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재무정보를 공개한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2021년 매출액(연결기준, 지주사는 개별)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을 선정한 결과, 500대 기업의 하한선이 1조1000억원 수준으로 상승했다.

 

2021년 지정 500위는 남양유업으로 매출이 9489억원이었으나, 2022년 지정 500위는 유니드로 매출이 1조973억원이었다. 유니드는 화학 및 보드사업 분야를 집중적으로 투자·육성하고 있다. 화학 부문인 가성칼륨과 탄산칼륨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세계1위, 보드 부문에서는 목재합판(MDF) 국내 시장점유율 1위라는 이정표를 달성한 바 있다.

 

올해는 이 하한선이 지난해와 비교해 1484억원(15.6%) 증가했다. IBK투자증권·현대글로벌서비스·LG헬로비전 등 52개 기업은 1조원 이상 매출에도 500대 기업에 들지 못했다. 이는 작년 대기업들의 경영 실적이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올해 지정 500대 기업의 매출은 3285조7853억원으로 작년 지정 500대 기업의 매출 2886조3990억원보다 399조3863억원(13.8%) 증가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올해 280조6916억원으로 작년 172조2904억원에 비해 108조4012억원(62.9%) 늘었으며, 당기순이익 역시 236조3734억원으로 전년 동기 111조1946억원 대비 125조1788억원(112.6%) 증가했다.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279조6048억원)와 현대자동차(117조6106억원)가 1위와 2위를 유지했으며, 포스코홀딩스(옛 포스코)가 76조3323억원으로 6위에서 3위로 올랐다. 4위 LG전자 74조7216억원(▼1), 5위 기아 69조8624억원(▼1), 6위 한국전력공사 60조5748억원(▼1)는 모두 순위가 전년보다 한 계단 내려갔다. 7위는 한화가 52조8361억원으로 작년과 동일했다.

반도체·배터리 등 4차산업의 핵심 분야를 다루는 기업을 중심으로 국내 산업 지형도를 바꾸고 있다. 8위는 SK하이닉스(42조9978억원), 9위는 LG화학(42조654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계단, 6계단씩 상승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사업에서 PC·서버향 제품 등 응용분야의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며 수익성 확보에 집중했다.

 

또 업계 최초로 개발한 DDR5·HBM3 등 차세대 고부가가치 제품에서 최고 수준의 품질 경쟁력을 확보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소재·전지 소재·신약 등 '3대 신사업' 매출을 10배 이상 끌어 올릴 계획이다.

 

50위권 안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2020년12월 설립)이 44위(17조8519억원)를 기록하며 전년 343위보다 299위나 순위가 급등했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가 늘면서 파우치·원통형 배터리 출하 물량 등에 힘입은 결과다.

 

LG이노텍의 순위는 48위(14조9456억원)로 전년 68위에서 20계단 상승했다. 주력 분야인 광학솔루션사업에서 멀티플 카메라모듈, 3D센싱모듈 등 고부가 제품 위주의 공급이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기준 LG이노텍의 애플 거래 관련 매출은 11조원을 넘어섰다.

 

500대 기업에 새로 이름을 올린 기업은 39곳이다. 눈에 띄는 곳은 168위 두나무(3조7046억원)와 447위 하이브(1조2559억원)다. 두나무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고 있다. 가상자산 관련 기업 가운데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하이브는 글로벌 보이그룹 BTS 소속사다. BTS 등 케이팝의 글로벌 영향력은 코로나19 팬데믹도 이겨냈다. 하이브는 두나무와 손잡고 합작법인을 설립해 NFT(대체불가토큰) 사업에도 진출한다. 소속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와 NFT가 결합된 팬덤 기반의 신규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500대 기업에서 제외된 기업은 39곳이다. 두산은 지주사전환, 오렌지라이프생명보험은 합병소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여행객 감소에 따른 실적 부진 등의 영향을 받았다. 특히 유통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유통부문은 6곳이 500대 기업에서 줄어들었다. 대형마트의 경우 월 2회 의무 휴업에 더해 코로나19 고강도 방역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GS칼텍스, 에쓰오일, SK에너지,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사들의 순위 상승 폭이 두드러졌다. GS칼텍스는 12위(34조5384억원)로 전년보다 13계단 상승했다.

 

에쓰오일은 21위(27조4639억원)로 20계단, SK에너지 24위(26조6686억원)로 7계단, 현대오일뱅크는 37위(20조6066억원)로 14계단 올랐다. 고유가로 판매 단가가 올라간 데다, 코로나19 백신접종 확대 및 글로벌 수요 회복으로 석유제품 판매량이 증가해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14위(33조9489억원)에 이름을 올리며 전년보다 13계단 올랐다. 철강제품 판매와 원료 트레이딩 이익이 개선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19위(28조7981억원)로 지난해보다 11계단 상승했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현재 환경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제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넷제로(탄소 순 배출량 제로) 원유 도입에 따른 친환경 석유제품 트레이딩 회사로 거듭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