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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미국에 29조원 추가 투자

최태원 회장, 미국 바이든 대통령과 화상 면담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SK그룹이 미국에 29조원 추가 투자한다. 백악관은 26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이 최 회장과 화상 면담을 한다고 발표했다. 백악관은 또 SK그룹이 미국에 220억(약 28조8000억 원)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고 밝혔다. SK그룹의 기존 70억달러(9조1000억원) 대미(對美) 투자 계획을 포함하면 총 290억달러(37조9000억원)를 투자하는 셈이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초 미국 출장 기간에 2030년까지 52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그룹이 단행키로 한 22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 중 150억 달러는 반도체 R&D 협력과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 등 반도체 생태계 강화에 투자된다. 또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에 20억 달러, 첨단 소형 원자로 등 그린 에너지 분야에 50억 달러의 신규 투자가 단행될 예정이다. 여기에 이미 발표한 전기차 배터리 분야 70억 달러 투자까지 감안하면대미 투자 규모는 약 300억 달러(39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최 회장의 설명이다.

 

SK그룹의 이번 반도체 R&D 투자는 단순히 미국내 일자리 창출에만 그치지 않고, SK하이닉스의 기술력 강화로 이어져 결국에는 메모리 등 한국 반도체 산업의 본질적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SK는 강조했다. SK그룹이 전기차 및 그린 에너지 분야에 대규모로 투자할 경우 SK와 협력 관계에 있는 한국의 소부장 기업이 미국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 시장 진출과 국내 기업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다.

 

바이든 대통령과 최 회장은 SK그룹의 미국 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백악관은 이번 면담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제조업 성장,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 창출, 기후 위기에 대응할 기술 개발, 인기 투자처로서 미국의 장점을 강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한미 양국은 21세기 세계경제를 주도할 기술과 인프라 구축을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면서 “이 같은 협력은 핵심 기술과 관련한 공급망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이어 “SK는 투자를 통해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 강화와 혁신, 일자리 창출 등에 적극적으로 기여할 것이며, 더불어 미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력으로 함께 번영할 수 있다는데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발표 내용을 보면 최 회장은 이번 면담에서 미국 내에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 계획을 밝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로운 고임금 일자리 창출 내용이 면담 안건에 포함돼 있어서다. 다만, 투자 분야나 시기뿐 아니라 220억달러의 신규 투자 계획이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는 것인지, 아니면 기존에 알려진 공장 설립 계획을 재차 강조하는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면담 이후 양측의 발표 때 나올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한국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 사례 등을 수차례 언급하며 바이든 정부의 제조업 육성 정책을 강조해왔다. 지난 5월 방한 당시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만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SK그룹이 22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추가로 단행할 경우 미국 내 일자리는 2025년까지 4000개에서 2만개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이번 SK그룹의 투자는 미국과 한국이 21세기 기술경쟁에서 승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투자”라고 평가했다.

 

SK그룹은 오는 2026년까지 계획한 전체 투자규모 247조원 가운데 179조원에 달하는 국내 투자는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체 투자규모의 70%가 넘는 금액을 국내에 투자키로 한 것은 반도체와 같은 핵심 생산기반과 R&D 기반이 국내에 있는 만큼 국내 인프라 구축과 R&D 등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훨씬 규모가 큰 국내 투자가 계획대로 진행돼야 해외 투자도 함께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서 “이번에 발표된 대미 투자 계획은 물론 이미 확정된 국내 투자 역시 흔들림없이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유정준 SK 북미 대외협력 총괄 부회장 등 SK측 인사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알리 자이디 백악관 환경 어드바이저 등 미국측 인사가 배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건물 중간에 위치한 관저 집무실에서 화상 연결을 통해 대화를 나눴다. 한편 최 회장의 깜짝 선물보따리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인 발표"라며 "땡큐, 땡큐, 땡큐"를 세 번이나 언급하는 등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