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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정부 vs 배터리업체, ‘ESS화재 원인’ 충돌

정부조사단 "소재 이물·갈변·황반점 원인"...업계 "화재 원인 아니다"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배터리가 화재의 원인입니다."(정부조사단의 주장) vs "배터리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배터리업체의 반박) 

 

불량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정부조사단과 배터리업체간 정면충돌하고 있다. 정부조사단은 배터리 불안전성을 ESS 화재 원인으로 지목한 반면 배터리업체들은 안전성엔 문제가 없다며 강력히 맞서고 있다.

 

◆정부조사단 vs 삼성SDS·LG화학, 배터리 안전성 맞짱=삼성SDI와 LG화학은 6일 각각 '상세 설명 자료'를 배포하고 조사단이 지적한 화재 원인을 조목조목 분석해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조사단이 제시한 전압 운용 문제에 대해서는 안전성에 문제가 없는 추가 마진을 확보했다고 반박했다.

 

배터리에서 발견된 이물질은 일반적인 현상일 뿐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하지만 정부조사단은 배터리가 충전 상한을 초과하거나 방전 하한을 하회한 전압에서 운용됐다는 점을 화재 원인중 하나로 지적했다. 이에 삼성SDI 측은 "상하한 전압은 배터리 제조사가 성능을 보증하기 위해 설정한 전압"이라며 조사 대상 ESS는 전압이 "확보된 추가 마진의 범위 이내였다"고 설명했다.

 

조사단이 전압 편차가 큰 조건으로 운영된 것이 확인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서도 삼성SDI는 "충전율이 0%인 상태에서의 전압 편차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특히 삼성SDI는 조사단이 방전 하한선보다 낮은 전압에서 보호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 "데이터를 잘못 해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조사단이 제출한 운영데이터를 보면 하한 전압 도달시 알람이 있었고 이후 보호 기능이 작동했으나 해당 사항이 누락됐다는 설명이다. 삼성SDI, ESS 안전성 강화 대책 설명회삼성SDI는 지난해 10월 ESS 시스템 내에 발화 현상이 발생하더라도 화재로 확산하는 것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특수 소화시스템'을 개발해 신규 제품에 전면 도입한다고 밝혔다.

 

◆정부조사단 배터리 충전율 89.8%시 불안정 지적=정부조사단은 배터리 충전율이 89.8%에서 100%로 급상승하거나 8.4%에서 0%로 급하락한 이력을 화재 원인에 포함했다. 하지만 삼성SDI에 따르면 급상승과 급하강은 안전성 확보를 위한 조치로 한 개의 배터리 셀이라도 상하한 전압에 도달하는 경우 표시 값이 100% 또는 0%로 강제 변환되는데 이렇게 하지 않으면 과충전 또는 과방전의 가능성이 있다.

 

조사단은 또 양극판, 음극판, 분리막 등에서 발생한 이물질들에 대해서도 '배터리 이상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배터리 업체들은 이와 관련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라는 공통적인 입장을 보였다. 삼성SDI는 배터리에서 검출된 구리 성분, 음극판 나트륨 성분, 분리막 황반점과 갈변현상 등이 미세하게 전압 차이를 가져올 순 있으나 화재 원인이 될 순 없다고 단언했다.

 

특히 갈변현상에 대해선 "피부가 노화해도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양극판 내부 손상이나 접힘 현상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고, "화재와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LG화학도 음극활물질에서 발생한 돌기, 배터리 분리막의 리튬 석출물 등이 화재로 이어지는 결함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LG화학 측은 "발견된 이물은 LG화학의 안전성 강화 분리막(SRS)을 관통해 화재를 유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특히 LG화학은 외부 환경에 의한 발화 가능성도 제기했다.충남 예산 ESS가 절연의 최소 기준치는 유지했으나 화재 이전 점진적으로 절연 감소가 확인됐고, 이로 인한 화재 발생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경북 군위 ESS는 설치된 지락차단장치(GFD)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지락(절연이 갑자기 저하돼 외부로 전류가 흐르는 현상) 사고가 발생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