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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이재용 법정구속’...삼성, 경영공백 현실화

코로나19발 위기상황속 총수구속 메가톤급 충격
굵직한 국내외 M&A 및 투자 행보 중단 위기감
구속 이후 중단됐던 사장단회의 다시 멈출 우려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 잠복된 뇌관으로 남아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뇌물 공여’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에 따라 삼성은 3년 만에 경영공백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삼성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에 봉착한 셈이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은 코로나19발 글로벌 위기로 생존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추진해온 굵직한 투자 등을 사실상 중단되거나 연기가 불가피해졌다. 국내외 기업 인수합병(M&A) 프로젝트도 올스톱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구속에 따른 경영공백으로 삼성의 글로벌 경쟁력이 후퇴할 수 있다며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 부회장 구속으로 전문경영인으로 구성된 비상경영 카드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계류중인 이 부회장에 대한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재판도 삼성 입장에선 잠복된 뇌관이다.

 

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삼성그룹주도 덩달아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하루동안 사라진 주식가치는 30조원에 육박했다. 803조5000억원이던 삼성그룹주 23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775조6000억원으로 하루새 28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경영공백으로 신성장동력 위기감...전문경영인 비상경영 불가피=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됐던 이 부회장이 3년 만에 재구속 되면서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다시 발생했다.

 

이에 재계에선 지난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당시 선언했던 '뉴삼성'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면서 신사업 추진 등이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른 M&A과 공격경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과 관련한 뇌물 공여 혐의 재판에 관해 지난 2018년 8월 대법원 판단 직후 나온 입장을 제외하면 그동안 별도의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재계에서는 총수 공백이 발생한 삼성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1심 판결 당시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매주 열던 그룹 사장단 회의를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중단시켰고 이후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M&A도 중단됐다. 사장단이 일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지만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는 M&A는 총수의 의사결정이 중요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영권 ‘불법승계’ 혐의 또 다른 ‘뇌관’ 잠복=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이날 실형 선고 이후 "불법승계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후 재상고 여부와 관련해 “판결을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뇌물금액이 50억원 이상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재상고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최종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불법 승계 혐의가 남아 있어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불법 승계와 관련, 수사를 진행한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해 9월 이재용 부회장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사건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지분이 필요했지만 합병 전 회사의 지분은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검찰은 삼성이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와 연관된 사안이라 판단했고 이의 최종 수혜자인 이 부회장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그동안 “이 부회장은 지시를 내리지도 보고 받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주 하루새 23조원 증발...삼성전자 3.41%↓=이 부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으면서 삼성그룹주는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하루동안 증발된 주식가치는 30조원에 육박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주 23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803조5000억원에서 775조6000억원으로 하루새 28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3000원(-3.41%) 내린 8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판결직후엔 한때 8만4100원까지 주저앉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전자는 지난주 장중 9만6800원까지 오르며 10만원대 진입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결국 ‘10만 전자’ 희망이 물거품됐다.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삼성물산의 낙폭도 컸다. 삼성물산은 8000원(-6.84%) 하락한 14만30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삼성생명(-4.96%), 삼성SDI(-4.21%), 삼성엔지니어링(-3.65%), 삼성에스디에스(-3.19%), 삼성중공업(-2.74%), 삼성화재(-2.42%), 삼성증권(-2.29%), 등도 2~4%가량 급락했다.

 

이뿐 아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1.99%), 삼성전기(-1.99%), 제일기획(-1.72%), 삼성카드(-1.53%), 호텔신라(-1.41%) 등역시 일제히 1%대 내려가는 등 삼성 상장사 대부분이 주가 하락을 겪었다.

 

우선주를 포함한 삼성그룹주 23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803조5000억원에서 775조6000억원으로 하루만에 28조원 가량이 증발했다.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감소량 50조7000억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삼성그룹주 보유분인 셈이다.

 

삼성그룹주 약세는 코스피 지수에도 영향을 미쳤다. 코스피는 전날보다 71.97포인트(-2.33%) 떨어진 3013.93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는 1% 안팎의 약보합권에 머무르다가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 소식에 삼성그룹 관련 종목의 주가가 일제히 빠지면서 하락폭을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