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지난해 고매출 상위 1000대 기업중 200곳이 영업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10곳중 2곳이 적자기업이란 의미다. 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이후 가장 많은 숫자다.

 

또 지난해 매출 상위 1000곳의 영업이익 규모는 지난 2018년의 절반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한국CXO연구소가 ‘1996년~2019년 고매출 상위 1000대기업 영업손익 및 당기손익 현황 분석’ 결과 드러났다.

 

조사 결과 국내 상장사 1000곳의 1996년 영업이익 금액은 20조 원 수준이었다. 2000년에는 35조 원으로 높아졌고 2004년에는 70조 원대로 내실이 개선됐다.

 

2010년에는 100조 원 수준까지 근접했다. 영업익 100조 원 시대를 본격 맞이한 것은 이로부터 지난 2017년에 와서다. 당시 1000대 기업 전체 영업익은 129조원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영업이익이 더 높아졌다. 이 당시 영업익 규모는 138조 원으로 1996년 이후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IMF 외환위기 절정기인 1998년 당시 13조 원하던 영업익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내실이 튼튼해진 셈이다.

 

2018년 당시 1000대 기업의 매출 대비 영업이익 비중을 의미하는 영업이익률은 10.7%를 보였다. 이는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기록한 10%대다. 2018년 이전에는 지난 2004년 기록했던 9%가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을 보였다.

 

2018년 당시 국내 1000대 기업 영업이익 규모가 역대 최대 수준을 올릴 수 있었던 데에는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2018년 당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43조 원으로 1000대 기업 전체 영업익 중 31.6%나 차지했다.

 

지난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비중이 30%를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매출 포지션이 11% 수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외형보다 내실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방증이다.

 

2018년과 달리 2019년 1000대 기업 전체 영업익은 전년보다 40% 정도 쪼그라진 78조원으로 낮아졌다. 영업이익률도 5.2%로 이전해 2018년 10.7%보다 크게 낮아졌다.

 

CXO연구소 측은 지난해 1000대 기업 영업익은 68조~73조 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됐다고 밝혔다. 이러한 근거는 작년 상반기 1000대 기업 영업익 규모를 통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부터 2019년 사이 1000대 기업 반기 영업이익은 각각 48.9조 원(2016년)→65.8조 원(17년)→75.7조 원(18년)→47.6조 원(19년) 수준으로 움직였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전년대비 반기 영업이익이 증가하다가 2019년에는 이전해보다 감소한 패턴을 보인 것이다.

 

반기 영업익 움직임과 비례해 실제 당해 연도 1000대 기업 영업이익도 89.5조원(2016년)→129조원(17년)→138.2조원(2018년)→78.9조원(2019년)으로 반기 때 증감 패턴과 정확히 일치했다.

 

실제 작년 1000대 기업 상반기 영업이익 조사 결과 44조원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18년 기록한 영업익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지난해에 1000대 기업 영업이익이 감소한 데에는 적자를 본 기업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1~6월) 때 1000대 기업에서 영업적자를 본 기업 숫자는 195곳이나 달했다. 작년 하반기에도 경영 실적이 더 좋지 않은 곳이 많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영업적자를 볼 기업은 200곳 이상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에 영업적자를 본 기업 숫자는 지난 1996년 이후 최대치가 될 전망이다. 이전에는 IMF 외환위기 절정기인 1998년에 1000대 기업 중 187곳으로 영업적자를 본 기업 숫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해는 1998년 때보다 더 많은 기업이 적자의 늪에 빠졌다는 얘기다. 이와 달리 2010년에는 1000곳중 91곳만 영업적자를 기록해 가장 적었다. 지난해 영업적자 기업 숫자는 2017년과 비교하면 2배이상 늘었다.

 

영업이익이 감소하다 보니 지난 해 1000대 기업 당기순익도 40조원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 1996년 이후 1000대 기업에서 올린 최고 당기순익은 지난 2017년에 기록한 106조원이다.

 

이듬해인 2018년에는 전년보다 5조 원 넘게 감소한 100조원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2019년에는 54조원(반기 영업익 42조 원)으로 50조원대로 순익이 크게 떨어졌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한해 국내 1000대 기업중 적자를 본 회사도 크게 늘고 내실도 이전보다 나빠진 곳이 많아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