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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보험·카드 등 비은행권 대출 1100조원 돌파...1년새 15% 급증

비은행 총대출액 7월 처음 '1100조' 돌파...은행보다 증가세 가팔라
낮은 '중저신용자' 문턱에 금리 경쟁력 갖춰..."비은행, 대출 계속 늘 것"

[퍼스트경제=김근식 기자] 증권·보험·카드, 저축은행 등 비은행권 대출이 113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대비 15% 가량 늘어난 금액이다. 증가율만 계산한다면 지난 2017년 이후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에 금융권 총대출액에서 비은행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은행금융기관'은 증권·보험·카드·저축은행·상호금융·새마을금고·신용협동조합 등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을 일컫는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월 비은행권의 총대출액은 1133조13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979조8878억원)보다 15.6%(153조1255억원) 증가한 규모다. 같은 기간 은행권 총대출금은 1992조4020억원으로 1년 전(1819조9232억원)보다 9.5%(172조4788억원) 늘었다. 비은행 증가율보다 6.1%포인트(p) 낮은 수치다.

 

주목할 점은 비은행 대출 증가세다. 7월 기준 2016년 685조3307억원이던 비은행 총대출액은 1년 만에 95조4000억원 가까이 늘어 증가율 13.9%를 기록, 단숨에 700조원 후반대를 기록했다.

 

비은행 대출은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급증해 최근 5년간 작년 7월 한차례를 제외하고 모두 은행보다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올 7월에는 16%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 처음으로 1100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총대출액 가운데 비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36.3%까지 올랐다.

 

비은행권 대출 증가세가 은행권보다 가파른 데는 '중저신용자들'에게 비은행 대출의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영향이 크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 부동산·주식 투자 수요가 그야말로 폭증하면서 높은 신용점수를 채우지 못해 은행으로부터 대출을 거절 받거나 원하는 한도와 금리를 제공받지 못한 젊은 세대 등이 비은행권 대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은행들이 스마트폰 등을 통한 비대면 상품을 적극 출시한 것에 더해 '금리 경쟁력'을 갖춘 것도 대출 증가에 큰 몫으로 작용했다. 실제 대형 보험사들이 내놓은 모바일 대출 상품의 금리는 주담대 최저 연 3.13%, 신용대출 최저 연 3.6%로 은행권과 큰 차이가 없다.

 

이같은 비은행권의 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에도 부동산·주식 투자가 여전한 인기를 끌고 있어 대출 수요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준금리와 은행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가 동반 상승해 은행권의 금리 경쟁력이 높아질 요인이 보이지 않으면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당국의 대출 규제는 은행·비은행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대출 열기가 가라앉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만큼 당분간은 상대적으로 대출 기준이 덜 까다로운 비은행 대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