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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LG, 中정부 ‘괘씸죄’ 경계령

美·中 무역전쟁 불똥 우려...중국 “한국기업, 미국 편들지 말라” 경고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미·중 무역전쟁이 날로 격화되는 데 발맞춰 미국 정부의 중국 기업 압박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고강도 압박을 예고하고 있어 주목된다.

 

미·중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측이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기 위해 중국측 대표기업인 화웨이를 압박하는 것처럼 한국기업이 미국측 편에 설 경우 중국 정부도 한국기업에 대한 차등적 대우를 적용하는 등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일종의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미·중 무역전쟁 가속화...중국정부, 국내 대기업 압박=앞서 중국 정부는 지난 4~5일 한국의 삼성,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기업들을 불러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과의 거래금지 조치에 협조하면 "심각한 결과를 마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

 

중국의 대표기업인 화웨이의 경우 12일 미국 이통사인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스에도 라이선스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화웨이가 버라이즌에 230개 이상의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 이용료 부담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던 중국 화웨이는 최근 변화를 모색했다. 화웨이는 최근 노트북 신제품 출시를 포기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화웨이가 미국 제재 영향으로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트북에 이어 향후 화웨이의 주력인 스마트폰에도 생산 차질 문제가 생기면 화웨이는 물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 기업들이 받는 타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화웨이의 주력 사업은 통신기기 부문이지만 스마트폰과 노트북, 웨어러블 기기 등 소비자 부문 사업이 급부상하며 지난해 화웨이 사업 분야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특히 화웨이는 PC 사업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며 애플과 HP를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화웨이는 미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업 내 주요 사업들을 잇따라 철회하는 분위기다. 앞서 화웨이는 작년 미국, 일본에 이어 화웨이의 최대 시장으로 꼽히던 유럽에서도 5G 사업을 철수한 바 있다.

 

미국을 선두로 최대 고객인 일본과 유럽 등에서 화웨이에 대한 배제가 이어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미국의 손을 들지 않는 모양새다. 국내 대기업의 경우 화웨이와 거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언론에 밝히며 화웨이와 지속적인 거래 의지를 내비쳤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화웨이의 낮아진 점유율을 틈타 장악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삼성 등 대기업 임원급 전략회의 개최 등 대책마련 분주=삼성전자는 13일 이재용 부회장이 주재하는 인터넷모바일(IM)부문을 시작으로 글로벌 전략회의를 개최했다. 19일엔 반도체디스플레이의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임원급 회의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 IM부문은 스마트폰 시장 둔화에 따른 실적 가소를 보이고 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는 감소했고,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중국 업체의 급성장으로 인해 전체적 매출 감소를 기록중이다. 삼성전자가 대외경제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전략회의에 돌입한다. 이재용 부회장의 위기상황 강조에 각 사업부와 글로벌 법인이 머리를 맞대고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화웨이와 지난 5G 공식 상용화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LG전자는 미중무역전쟁에 휘말리며 화웨이와 체결한 5G 상용화를 철회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LG전자는 미국의 공세에 굽히지 않고 화웨이와의 사업 협약을 이어나갔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 및 중국 정부의 경고성 발언이후 분주하게 움직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전자와 반도체를 둘러썬 글로벌 경제환경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큼 위기상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 경제전문가들도 이 부회장이 주재하는 이번 삼성전자 회의에 대해 국내외 위기 요인에 대한 대응 전략을 다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