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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그룹, 강성부펀드 겨냥한 승부수는?

한진가 3남매 트로이카 경영 통한 수성론..조현아 복귀 힘실려

[퍼스트경제=최현정 기자] 잇따른 오너일가의 갑질사태와 조양호 전 회장 사망, 강성부펀드로 불리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의 경영권 흔들기 등으로 경영위기인 한진그룹이 최근 조원태 회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안정을 되찾고 있다.

 

이런 가운데 조 회장의 여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한진칼 전무로 그룹에 복귀하면서 한진가 3남매의 경영권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물컵 갑질 사태 이후 경영에서 손을 뗀 조현민 전무가 최근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여기에 KCGI의 경영권 흔들기가 본격화하면서 ‘땅콩갑질’ 사태로 회사를 떠난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도 조금씩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대거 매입해 거대 세력을 형성한 강성부펀드(KCGI)간 힘겨루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가능성과 KCGI에 맞서는 한진가의 경영권 방어전략 등을 들여다봤다. 

 

◆조현민 이어 조현아 경영복귀 힘실려=2018년 4월 ‘물 컵 갑질’ 사태 이후 짐을 쌌던 조현민 전무는 아버지 조양호 전 회장 별세 후 두 달여 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한진그룹은 6월 10일 조 전무가 한진칼 전무이사와 정석기업의 부사장을 맡는다고 알렸다. 조 전무의 경영 복귀는 그동안 이견을 보였던 3남매간 상속지분이 최근 상당부분 합의점을 찾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 견해다.

 

지난 6월 3일 IATA 연차총회 종료 후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관련 가족 협의 진행 상황에 대한 질문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가족들과 많은 협의를 하고 있고, 잘 진행되는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했다. 이후 막내인 조 전무가 경영에 복귀하면서 재계에서는 3남매가 승계에 대해 어느 정도 합의를 마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조 전무의 경영복귀는 3남매가 역할분담을 비롯해 그룹 경영권 전반에 대해 균형감각을 발휘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 전무는 한진그룹의 신사업 개발 및 그룹 사회공헌 등 그룹 마케팅 관련 업무 전반적으로 총괄하는 최고마케팅책임자 역할을 맡는다.

 

대한항공 및 진에어 등 계열사 전반의 마케팅 프로세스를 모두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무의 경우 현재 한진칼이나 정석기업의 사내이사가 아니지만 조만간 사내 등기이사 1곳 정도는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재 오너일가중 조 회장만이 한진칼 사내이사(대표이사)로 등재됐다. 정석기업에는 이명희 전 이사장만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앞서 5월 31일 조 회장은 정석기업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 전반에 나서지만 조현아 전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이명희 전 이사장도 한진칼 등 그룹 지배 핵심지분을 나눠 상속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만큼 그룹 전반의 경영권에 대해 분배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무가 경영일선에 복귀하며 조현아 전 부사장도 머지않아 경영 복귀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 전 부사장과 관련된 형사고발 건도 마무리돼 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6월 13일 명품 밀수 관련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필리핀 가사도우미 불법 고용 혐의에 대한 선고가 남아있지만, 이 건에 대해선 검찰이 벌금형을 구형한 만큼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이 재직 당시 호텔 등의 서비스에 주력해 왔기 때문에 한진칼과 칼호텔네트워크를 통해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앞서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태 이후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가 땅콩 회항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인 2018년 3월 칼호텔네트워크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조 전 부사장은 그 뒤 조 전무의 물 컵 갑질 사태가 발생한 뒤 조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각종 논란이 나오며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상태다.

 

◆3남매 공동경영으로 KCGI 경영권 흔들기 방어할듯=조원태 등 한진일가 3남매의 합동경영체제의 윤곽이 나오면서 한진칼 2대 주주인 KCGI와의 갈등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전 회장 사망 후 한진칼 지분 추가 매입에 나섰던 KCGI는 최근 오너일가를 향해 다시 칼을 겨누기 시작했다. KCGI는 먼저 조 회장의 회장 선임 과정과 조 전 회장에게 지급된 퇴직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KCGI는 조 전 회장에 대한 퇴직금과 퇴직위로금 지급규정에 대해 주주총회 결의와 이사회 결의가 이뤄진 적이 있는지를 확인해야한다. 또 이사회 결의가 이뤄졌다면 해당 이사회의 구체적인 논의 내역 및 결의에 찬성한 이사들의 명단을 체크해야한다.

 

아울러 조 회장의 회장 선임과 관련해 적법한 이사회 절차가 이뤄졌는지 등에 대해서도 검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뿐 아니다. KCGI는 이번 조 전무 복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물컵 갑질 사태로 한진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폭락했고 임직원의 사기저하를 불러온 만큼 경영에 복귀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KCGI 측은 “조 전무의 경영 참여가 거액의 보수를 받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의구심을 품을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KCGI는 조 전무의 복귀와 관련해 한진칼의 이사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 전무의 행위로 인해 발생한 한진칼 계열회사 등의 주가 폭락 피해에 대해 어떻게 조처할 것인지 등을 묻는 서한을 발송할 예정이다.

 

KCGI는 향후 한진가와 표대결 위해 한진칼 지분을 늘리는 전략은 구사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KCGI는 최근 미래에셋대우로부터 빌린 200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상환했다.

 

미래에셋대우는 만기연장 불가 결정이 한진칼의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채 발행 시장 등에서 큰 손인 한진그룹의 영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해석이다. 미래에셋대우뿐 아니라 다른 증권사에도 이같은 분위기가 퍼지면 KCGI의 자금조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진가 3남매가 공동경영이 아닌 분리 경영을 선택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이 경우 삼성그룹처럼 그룹내 계열사 완전히 분할하는 계열분리보단 SK그룹처럼 각 계열사를 오너들이 나눠맡아 독립경영하되 하나의 크러스트를 형성하는 방식이 거론될 것으로 재계는 점치고 있다.

 

◆사실상 '한지붕 세가족' 방식의 트로이카 경영 유력=조현민 전무에 이어 조현아 전 사장까지 복귀가 유력해지면서 한진가 3남매가 경영권을 어떻게 정리했는지를 놓고 재계 등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한진 오너 일가들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잡음이 일면서 조원태 회장의 리더십에 상처만 났다. 조 회장뿐 아니라 다른 오너 일가에게도 부정적일 수밖에 없어 빠른 정리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그동안 한진그룹내 계열사들을 나눠 오너 3남매가 독립 경영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는데 이렇게 결론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지주회사인 한진칼이 대한항공, 한진, 진에어, 칼호텔네트워크, 정석기업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어 계열분리가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중 하나다. 한진그룹 계열사를 분리한 뒤 계열사간 완전한 독립경영 체제를 갖추기 어렵다는 의미다.

 

항공업계 관계자도 "한진그룹 직원들이 오너 일가간 분란에 대해 불안해했다"며 "조원태 회장이 공정위의 동일인으로 지정된 만큼 조 회장 중심의 경영권 안정이 시급하다“며 ”이같은 인식과 기류가 한진가 3남매의 공동경영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진그룹의 경우 결국 3남매가 한진그룹 계열사를 분담해 공동경영하는 카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진그룹이 사실상 '한지붕 세가족' 경영으로 변하는 셈이다. 즉, 조원태 회장은 한진그룹 총수와 함께 주력사인 대한항공과 한진을, 조현아 전 사장은 칼호텔네트워크 등을. 조현민 전무는 진에어 등을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앞서 한진그룹은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이 타계한 뒤 고 조양호 형제간 계열분리한 뒤 독립경영하는 등 각자도생의 길을 걸었다. 당시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인 고 조양호 전 회장이 대한항공과 한진을, 차남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은 한진중공업을, 3남 고 조수호 전 회장은 한진해운을, 4남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한진투자증권(현 메리츠금융)을 분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