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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총수' 지정될까

공정위, 김범석 의장 ‘동일인’ 지정두고 ‘시끌’
당초 총수 없는 대기업집단 유력했으나 기류 변해

[퍼스트경제=최현지 기자] 재계의 시선이 김범석 쿠팡 의장에게로 쏠리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지 여부에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초 공정위가 김 의장이 미국 국적인 점을 감안해 쿠팡은 ‘총수 없는 대기업’으로 지정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외국인에게 특혜를 준다며 형평성을 두고 정치권·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르면서 미묘한 기류 변화가 생긴 상황이다.

 

공정위는 오는 30일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할 예정이다. 쿠팡의 지난해 자산은 50억6733만달러(5조7000억원)으로 공시 대상기업집단 기준인 자산 5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공정위가 김범석 의장을 총수로 지정하는지 여부다. 공정위가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국적이라는 이유로 총수 지정에서는 제외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업체와의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대기업의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 자산 5조원 이상 그룹은 공시대상기업집단, 10조원 이상 그룹은 상호순환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분류해 각종 규제를 적용한다.

 

5조원이 넘은 기업의 경우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적용받고 △대규모 내부거래, 최대주주 주식보유 및 변동현황 등 각종 공시 의무를 부과한다.

 

김범석 의장이 동일인이 된다면, 그의 배우자나 6촌 이내 혈족ㆍ4촌 이내 인척 등과 거래가 모두 공시 대상. 김 의장이 CEO로 있는 미국 본사 산하 해외법인들의 거래도 국내에 공시해야 한다. 김 의장은 쿠팡Inc의 지분 10.2%(의결권기준 76.7%)을 보유했다.

 

쿠팡이 동일인이 된다면, 쿠팡과 산하 국내 계열사들의 거래만 공시하면 된다. 쿠팡 이츠ㆍ풀필먼트 등은 모두 쿠팡의 100% 자회사다. 동일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와 관련된 모든 책임을 진다.

 

공정위가 동일인을 누구로 지정하느냐에 따라 특수관계인, 총수일가 사익편취 제재대상 회사가 바뀔 수도 있다. 공정위는 지배력을 행사하는지를 기준으로 동일인을 결정한다.

 

쿠팡의 실질적 오너는 창업자인 김 의장인데, 그는 쿠팡 지분 10.2%를 갖고 있으며 차등의결권을 적용할 경우 76.7%의 의결권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국적인 김 의장을 지정하게 되면 그 간 사례가 없는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외국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사례는 없다"면서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공정거래법 23조 7항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규제 공백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거래법 23조 7항은 특수관계인 또는 다른 회사에 상품, 부동산 등을 제공하거나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김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특수관계인의 일환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총수없는 집단 지정은 농협, KT, S-Oil, 대우조선해양, KT&G, 대우건설 등 전신이 공기업 등으로 총수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김 의장처럼 실질적 지배자가 외국인이란 이유로 총수없는 대기업이 된 경우는 없어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대기업 지정 기업에 들어간 네이버와 카카오에 경우 공정위가 네이버의 요청에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동일인으로 직권으로 지정한 바 있다. 또 카카오도 김범수 의장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쿠팡은 영업의 99%가 한국에서 이뤄지는 사실상 국내 기업이고, 김범석 의장이 80% 가까운 의결권을 가진 공고한 1인 지배 체제라는 점에서 에쓰오일과 한국GM과는 다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측은 “외국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할 수 없다는 법적근거라도 있느냐”며 반발하기도 했다. 김 의장을 최대주주로 볼 수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쿠팡이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보고한 S-1 신청서에 따르면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쿠팡Inc의 최대주주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SVF, 지분율 33.1%)다. 김 의장은 10.2%를 보유하고 있어 네번째 주주다.

 

‘쿠팡’ 총수는 SVF를 운영하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혹은 SVF의 최대 투자자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김 의장이 다른 외국기업과 사례와 달리 동일인으로 지정돼 각종 추가 규제를 받을 경우, 한·미 FTA 최혜국 대우 조항을 근거로 쿠팡이 반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미 FTA 투자 규정에 따르면 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할 때 같은 상황의 제3국과 비교해 불리한 취급을 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동일인' 제도 자체에 대해 검토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의 재벌 위주 경제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이지만 동일인 제도가 명확한 규정없이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인은 특정 기업집단을 사실상 지배하는 자연인 또는 법인을 의미하는데 ‘사실상 지배 여부’는 동일인의 지분율, 경영활동 및 임원선임 등을 고려해 공정위가 자의적으로 지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