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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LG에너지솔루션 vs 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분쟁' 2조원 합의

2년 지속된 K-배터리 분쟁 최종시한 앞두고 종지부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지적재산 인정 성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미국시장 불확실성 해소”

[퍼스트경제=서연옥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 배터리 분쟁이 11일 전격 합의됐다.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 소송과 관련한 미국 행정부의 거부권 행사 시한을 하루 앞둔 10일(현지시각) 전격 합의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 측에 2조원의 합의금을 지불하는 조건의 합의가 전격 추진됐다. 이로써 양사는 2년간 끌어오던 배터리 분쟁을 사실상 마무리짓게 됐다. 국내 기업간 배터리 분쟁을 지속할 경우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 등 양사 대표는 미국 대통령 거부권 시한 직전 미국 정부와 무역대표부(USTR) 등의 적극적인 중재에 지난 주말 화상회의를 통해 전격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배터리 분쟁에 합의하면서 임직원 동요를 차단하는 차원에서 합의 내용 설명과 함께 앞으로의 전망과 각오 등을 담은 메시지도 긴급 배포했다.

 

◆2년 지속된 K-배터리 내분 사실상 종지부=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양측 관계자는 11일 “배터리 분쟁이 전격적으로 합의했다”며 “합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이르면 오전 중 공동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 공장 건설 등 미국 내에서 배터리 사업을 계속 영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수입금지 조처가 무효화되면서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사업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마국 바이든 정부는 ITC의 최종 결정이 나온 이후 일자리 창출과 전기차 공급망 구축 등 자국 경제적 효과를 고려해 물밑에서 양사에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한은 ITC 최종 결정일로부터 60일째인 11일 자정, 한국 시간으로는 12일 오후 1시까지였다.

 

앞서 (ITC는 지난 2월 10일(현지시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결정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손을 들어주고 SK이노베이션에는 미국 내 10년 수입금지 제재를 내렸다.

 

ITC 최종 결정 이후에도 양사는 배상금 규모에 이견을 좁히지 못하며 협상은 지지부진했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사업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하며 미국에서 거부권 행사 로비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합의에 비중을 두기보다는 대통령 거부권 방어에 주력했다. LG 측은 배상금 3조원 이상을, SK 측은 1조원 가량을 제시하는 등 격차가 커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LG “지적재산 인정”,..SK “투자 확대”=이번 배터리 분쟁 합의과 관련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과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 등 양사 최고경영자(CEO)는 12일 임직원에게 배터리 분쟁 합의 내역 등의 내용을 담은 메시지를 내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날 메시지를 통해 “이번 합의는 숱한 어려움과 위기 속에서도 도전·혁신을 포기하지 않은 모든 임직원들의 노력·가치가 정당하게 인정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김 사장은 또 “지난 30여년 간 투자로 쌓아온 배터리 지식재산권을 인정받고 법적으로 확실하게 보호받게 된 것도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어 “이번 소송을 계기로 회사는 기술력을 더욱 발전시켜 갈 것”이라면서 “나아가 과감하고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대규모로 배터리 공급을 확대하고 전기차 확산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아울러 ”그동안 소송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과 추측이 난무했지만 우리는 흔들리지 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가 옳다고 믿는 바를 실현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이어 ”앞으로도 기술 역량과 지적 재산에 대한 소중함과 자부심을 되새겨 더욱 소중하게 보호하고 미래 기술력 확보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세계 친환경 에너지 시장을 선도해 나가자”고 임직원을 독려하는 말도 덧붙였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 사장도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합의를 통해 배터리 사업 성장과 미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미국 조지아 공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김 사장은 이어 “글로벌 전기차 산업 발전에 맞춰 추가 투자와 협력 확대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으니 우리 기술과 제품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더 큰 성장을 통해 저력을 보여주자”고 밝혔다.

 

김 사장은 더불어 “우리 마음의 상처 역시 보상받아야 한다”며 “서로가 보듬고 함께 기운을 북돋아 주고 지난한 소송 절차 피로감에서 벗어나 맡은 업무와 역할에 몰입하자”고 임직원들을 격려했다.